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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1-11-11

사회초년생의 집 마련 게임

깍두기로 참가하는 2021년의 땅따먹기

기간 2021.11.05 - 11.18
장소두성페이퍼갤러리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23길 41)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돌멩이로 줄을 긋고 자주 하던 게임이 있었다. 바로 땅따먹기. 비록 한 발일지라도 중심을 잘 잡고 발을 내딛는 만큼 정직하게 얻어갈 수 있었던 그 조그만 땅은 다 커버린 우리에게 더는 탐닉적인 영역이 아니다. 한 줌의 땅 만큼을 얻고도 뿌듯하던 그 시절과 달리 우리는 이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도, 삐뚤삐뚤한 선으로나마 내 영역을 표시할 수 있는 돌멩이도 갖고 있지 않다.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를 강타해 오는 것은 부동산, 재개발, 투기, 보유세, 집값 폭등 등의 술수와 그리고 2021년 LH의 부동산 투기 사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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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해의 사회문화적 사건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적 해석을 제안하는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는 비주얼레포트서울이 올해 주목한 사건도 그것이다. 20년도 코로나19에 주목했던 <전염과 면역>에 이어 이번에는 <땅따먹기>라는 프로젝트로 부동산 투기와 그 속에 담긴 땅 소유에 대한 열망을 포착했다.

 

사진 제공 : 두성페이퍼갤러리

 

디자이너와 예술가로 구성된 8명의 작가(팀)는 어릴 적 운동장에 그었던 8개의 땅 영역처럼, 각자 특정 장소를 전시 공간 안에 펼쳐낸다. 도시 공간 속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특정 장소나 가상의 장소를 만들고,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관객 즉 현실의 거대한 땅 투기 과열 현상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을 깍두기로 삼았다. 그들이 각자의 뾰족한 관점으로 줄 그어 만들어 낸 8개의 땅, 우리가 짝다리로 불안정하게 뛰어들어야 하는 영역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사진 제공 : 두성페이퍼갤러리
© oneslist.

 

바야흐로 코로나19 시대, 식당, 관공서 등 어디를 가도 아크릴 칸막이를 볼 수 있다. 그 투명한 아크릴판은 비위생과 병균을 차단하며 일상생활 속 최소한의 예방과 신뢰를 보장하는 안전한 장치로 기능한다. 제로랩의 <투명한 신뢰>는 그러한 신뢰와 안전을 상징하는 아크릴이라는 재료로 만든 이동식 형태의 구조물이다. 그러나 신뢰의 상징이 된 투명한 아크릴판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프라이빗함도, 정서적인 소통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투명한 신뢰’는 과연 영속적일 것인가.

 

© oneslist.

 

회색의 추상적인 조형이 그려진 주황색 대지들은 크리스 로의 <Never Never Land>, 그가 그려낸 ‘신도시’다. 그러나 그 이름은 성장하는 경제 수준과 삶의 질을 반영하여 설계되는 신도시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다소 이질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만들어 낸 신도시는 해당 장소에 대한 맥락이나 역사, 애착에 관한 고려 없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허구’의 장소이자 실존하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 위에도 시간과 경험은 쌓인다. 신도시에 남겨지는 흔적을 아카이빙하며 ‘성숙’을 전망한다.

 

사진 제공 : 두성페이퍼갤러리

 

알록달록한 도형으로 시선을 끄는 일상의 실천의 <₩ROOM>은 표면적인 무드와는 달리, 집값 폭등으로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박탈감과 소유를 향한 집착과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도형은 화려할 뿐 제 기능을 못 하는 가구를 상징한다. 연도별 집값 상승률과 평당 가격에 따라 소유 가능한 부동산 면적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 oneslist.

 

누구나 서로 다른 하나의 땅만을 원한다면 얼마나 평온할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땅을 둘러싼 욕망의 충돌과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제임스 채의 ‘woven territory’는 말 그대로 ‘직조한 영역’이다. 직각으로 털실을 사이사이 끼어 하나씩 쌓아 여러 개의 단면을 만드는 것처럼, 파란색과 빨간색 실이 연결되고 멀어지고 경계하는 모습을 촬영해 사회의 단면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보여준다.

 

© oneslist.

 

돈을 지불하는 것은 어떤 것을 점유하고 그 안에서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기본적인 경제 행위이다. 그러나 그런 이치에 반하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방탈출’ 게임이다. 돈을 내고 가상(가짜) 공간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감금되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리프트오프의 <가짜 방탈출>은 환상적인 가상의 방 4곳과 문으로 이루어진다. 그 방에 들어가는 것은 소유일까 또는 또 다른 미로로의 자발적인 돌진일까. 땅 소유 행위가 필연적으로 갖는 실체 없는 ‘구속’과 ‘해방’의 방법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 제공 : 두성페이퍼갤러리
© oneslist.

 

디자이너 그룹 시멘트의 <3.3m²>는 서울에 한 평의 집을 얻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집 마련을 끝냈으니 이제 집을 채울 물건의 위시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윽고 그 넘치는 물건들을 한 평 안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미션에 맞닥뜨리게 된다.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했지만, 그게 곧 소유를 향한 무한한 욕망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이상적인 경제적 도달점이라고 여겨지는 ‘집 마련’조차 나를 행복하게 하는 ‘위시리스트’와 공존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기에는 역부족이며,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역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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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렇게 나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집을 가지려 애쓰는 이유는 뭘까. 소유는 권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권력은 정체성을 확인 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안병학의 <권력의 법칙>이 꼬집는 것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만 집착하는 현상이다. 무엇을, 왜 원하는지보다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만을 쫓고 옆 사람만을 의식한다. 포스터 속의 눈들은 죄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만을 훑고 있는, 본질을 벗어난 시선들이다. 정작 눈을 돌려야 할 것은 나만의 이유와 목적, 그로 인해 얻는 통찰과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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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기의 <공간이 만든 공간>은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어 만들어 낸 새로운 공간이다. ‘구글 어스’를 기반으로 지구를 1:1 매핑한 제2의 가상 지구 ‘Earth2’에서 사람들은 부동산을 거래하며, 현실 세계의 지구를 완벽히 복제한 제2의 지구는 디지털 재화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각 공간과 공간의 조화가 만든 공간은 실재와 실재 사이의 반복과 연속에 있다. 참고로, 그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제1의 한남동 지역의 소유주와 제2의 한남동 지역의 소유주는 서로 다르다.

 

© oneslist.

 

그리고 깍두기는 이러한 현실 앞에 몇 번이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2021년 동시대의 청년들이다. 김한솔의 <2021년의 청년 오뚝이>는 이러한 청년들을 어린 시절 작가의 집에 있었던 ‘오뚝이’에 비유한 작품이다. 근현대 한국사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무사히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의 수많은 오뚝이의 노력 덕분이다. 그렇다면 시대가 바뀐 지금, 21세기의 청년들은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까?

 

 

줄은 그어졌고, 각기 다른 여덟 개의 땅은 그려졌다. 우린 온전치 않은 외발로 그 앞에 선 오뚝이다. 그 앞에 펼쳐진 건 맥락 없는 신도시가 세워지고, 가짜 감금과 탈출이 난무하고, 현실과 가상이 뒤엉키고, 터무니없이 좁은 집과 익명적이고 추상적인 정보, 절망적인 수치와 (불)투명한 신뢰, 충돌과 격투가 벌어지는 현장이다. 우리가 맞닥뜨린 땅이 이러할지라도 우린 황망한 운동장에 남겨지는 것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막 발을 내딛으려는 사회초년생 오뚝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의 손에는 쥔 것이 있다. 그것은 작지만 단단한 돌멩이다.

 

 

소원

자료 협조 두성페이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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