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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1-11-16

서울 속 이탈리아의 정취, 카페 몰또

명동성당과 남산 뷰, 그리고 에스프레소.

장소몰또 (서울시 중구 명동길 73 페이지 명동 3F)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고 눈앞에 펼쳐진 명동성당과 단풍 든 남산의 뷰를 한 컷의 사진에 담는다. 지금 몰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몰또의 테라스에 앉아 명동성당을 두 눈 가득 담은 채 때맞춰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노라면,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에 취하고 이탈리아의 맛과 정취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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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배경으로 선 명동성당을 한눈 가득 담을 수 있는 몰또. 페이지 명동의 3층 테라스에 위치한 몰또에 자리하면 유럽 어느 노천카페가 부럽지 않다. 사진제공 더함

 

몰또(Molto)는 ‘매우’, ‘너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하는 감탄사 “몰또 델리까또(Molto delicato)!”에서 영감을 얻은 네이밍이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몰또에는 이탈리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카페 에스프레소, 카페 마키아토, 카페 누텔라 등의 에스프레소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진한 샷에 달콤한 크림을 올리고 소금을 뿌린 카페 살레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를 표방하는 몰또에서는 다양한 에스프레소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더함

 

몰또는 소셜디벨로퍼 기업인 ‘더함’과 카페 ‘헬로에클레시아(서울 송파구 소재)’가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는 브랜드다. 몰또의 카페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최정민 대표는 이곳이 ‘에스프레소 바’라는 수식에만 갇혀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브루스게따, 까논치니 같은 베이커리 메뉴들을 마련한 것도 커피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이다. 베이커리 메뉴는 ‘밀라노 클라쎄’로부터 공수 받은 신선하고 수준 높은 재료로 만든다. 이탈리아의 전통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풀리아(Puglia) 지방의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식자재 덕분에 이탈리아 현지의 맛이 고스란히 이곳 몰또에 날아든다.

몰또의 브루스게따. 토마토 바질, 토마토 마리네이드, 프로슈토 메론과 같은 스테디한 메뉴는 물론, 부라따 시래기 같은 유니크한 메뉴도 준비되고 있다.
몰또에서 만날 수 있는 베이커리 메뉴는 ‘밀라노 클라쎄'를 통해 이탈리아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사진제공 더함

 

이토록 보석 같은 공간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을까. 이렇게 멋진 경관을 품은 공간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연유는 이러하다. 몰또가 자리한 곳은 명동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YWCA연합회관 건물 3층의 테라스. 리모델링 하기 전까지 이 장소는 굳게 닫힌 공간이었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건물 관계자들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60여 년의 세월을 버텨낸 한국YWCA연합회관을 재생 건축의 방식으로 리모델링해, 도심 속 혁신가들을 위한 공간인 ‘페이지 명동'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제공 더함

 

1967년 세워진 한국YWCA연합회관을 20년간 마스터리스해 ‘페이지 명동’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한 것은 지난 2020년 10월이다. 그 주체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공간과 비즈니스를 만들어온 사회혁신기업 ‘더함’이다. 협동조합 방식과 커뮤니티 중심 주거가 특징인 ‘위스테이 별내’를 성공적으로 이끈 ‘더함’이 도심 속에서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벌이는 흥미로운 사업이 이곳, 페이지 명동에 있다.

커뮤니티 타운을 표방하는 ‘페이지 명동'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가치 확산을 실험하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46명의 소규모 가구 브랜드 커뮤니티 그룹 전시 <오디어위켄드> 진행 당시 모습. 사진 제공 더함

 

‘더함’은 60년 세월 속에 노후된 한국YWCA연합회관 건물의 구조를 보강하고 곳곳을 보수하는 한편, 기존 파사드는 보존하였다. 원래 모습과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되살리는 재생 건축의 방식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YWCA연합회관은 리테일과 오피스를 갖춘 복합상업공간 ‘페이지 명동’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면서 이곳을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공간’이 아닌, ‘안에서 밖을 전망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아가 이곳의 생활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은 자연을 충분히 느끼며 그 속에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조경을 기획하고, 가장 전망이 좋은 곳들은 주변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개방하였습니다.” 그렇게 ‘더함’은 명동성당이 눈높이에서 바라다보이는 3층 테라스를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기획하였다. 이어, 이곳의 전망과 평온한 분위기를 좀 더 여유롭게 누릴 수 있으려면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축하여야 한다고 판단해 ‘헬로에클레시아’와 손잡고 몰또를 열었다. “커뮤니티에 기반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거든요.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은 그래서 무척 중요한 것입니다.”

 

 

Interview with 최정민

헬로에클레시아 대표, 몰또 공동 기획 운영

 

몰또의 테라스에서 마주 본 남산. 사진 제공 더함

 

실로 호사로운 전망이 아닐 수 없다. 공간을 꾸리는 데 있어 전망은 어떤 영향을 미쳤나.

처음 공간을 꾸밀 때는 이탈리아 국기에서 딴 화이트, 레드, 그린을 기본 컬러로 삼으려 했다. 헌데 조경가인 부친께서, 예부터 우리나라는 산수가 좋아 대청마루 같은 집안 공간을 비워두었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이곳은 테라스가 카페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전망이 공간 전체의 주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명동성당을 마주 보는 뷰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누릴 수 없는 장점 아닌가. 공간을 장식적인 것들을 채우기보다는 디자인적 요소를 가급적 줄이고 비워 이곳만의 전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풍경과 조경에서 주로 보이는 그린 컬러는 배제하고 레드를 키 컬러 삼아 어닝과 B.I. 등에 포인트로 사용하였다.

몰또의 B.I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라는 콘셉트를 메뉴뿐 아니라 공간에까지 가져가려고 한 모습도 엿보인다.

몰또의 테라스에서 앉아 눈높이의 명동성당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유럽의 어느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지 않나.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오랜 기간을 살았던 친구가 이 조망은 마치 이탈리아에서 옮겨온 것 같다고 하더라. 이탈리아에서 많이 소비되고 사랑받는 것들로 메뉴를 꾸리고 공간 또한 그곳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사용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가구나 장식이 특별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모양새인 반면, 긴 곡선형의 바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같은 층을 쓰는 입주사가 있어 테라스를 가리면 안 된다는 조건도 있었고, 공간의 규모나 쓰임, 예산에 제한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만은 힘을 주었다. 공간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살아있는 물성의 무엇이 있기를 바랐던 이유다. 바쁜 시간을 쪼개 카페에 들러 스탠딩 테이블에 선 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속도감 있게 즐기고 다시 카페를 나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이곳에 자주 들를 수 있는 인근의 상인이나 직장인들이 이 바에 서서 스피디하게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바를 긴 곡선형으로 만든 이유도 바에 서서도 명동성당 뷰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직 몰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저트, 까논치니. 달콤하고 바삭해 진한 에스프레소와 잘 어울리는 메뉴이다. 사진 제공 더함

 

벌써 날이 차가워지고 있다. 테라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노천카페가 성행하는 이탈리아에서도 혹한기, 혹서기엔 테라스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비 오는 날 또한 테라스가 무소용일 것 같지만, 이미 우산을 받쳐 들고 메뉴를 즐기는 분들을 수차례 보았다. 추위를 대비해 이미 난로를 갖추었지만, 날이 더 추워지면 몰또의 키 컬러인 빨간 담요를 두른 채 테라스를 누리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그렇게 몰또의 상징을 담은 담요나 우산 같은 굿즈를 마련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몰또에 오면 이국적인 전망의 테라스에서 이탈리아의 맛을 누릴 수 있다. 사진 제공 더함

 

긴 웨이팅 라인을 보고 있자니 기다리는 것조차 이미 이곳의 문화가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간 구성이나 가구 배치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기시간을 줄이는 해결방안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만, 그렇대도 변화를 좇다가 우리가 진짜 하려던 것이 변질되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당장은 기존의 스탠딩 바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 보완해 보고 싶다. 다가올 겨울과 더운 여름까지 사계절을 모두 지내본 후엔 운영도 공간도 더욱 자리 잡을 수 있겠지. 계절의 변화에 달라지는 명동과 남산의 풍경을 목격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 같다.

 

 

주리아

자료 협조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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